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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문이 아니라 사과문이어야 합니다
등록일 2020.06.26 작성자 정세환 조회 557
첨부파일 사과문이어야 합니다.pdf / 
입장문이 아니라 사과문이어야 합니다
- ‘최근 치과계 신문에 보도된 2019년도 종합학술대회 뒤풀이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 입장문(2020.6.24.)’은 누구를 위해 작성한 것입니까?
2020.6.26. 정세환 이사

회원 여러분께

강릉원주대학교 예방치학교실에 재직 중인 정세환입니다. 지난 6월24일 학회장님 명의의 입장문을 읽고 참을 수 없는 참담함과 슬픔을 느끼며 이 글을 씁니다. 학회 임원으로서 또 다른 방식으로 제 생각을 전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지만, 현 집행진의 임기가 내일이면 종료되고 총회가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다른 대안을 떠 올릴 수 없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학회 주관의 공식행사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면 학회 집행진의 공식적인 사과가 우선입니다. 학회 차원의 조사와 징계 요청에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제출받은 보고서를 토대로 확대이사회에서 회칙 14조에 따른 윤리위원회를 개최하여 징계요청을 처리하기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해당 사건에 대한 학회 집행진의 관리 책임이 분명합니다. 개인적 잘잘못과는 별개로 학회 집행진의 책임만큼은 결코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제목부터 그리고 첫 번째 유감 표명의 내용까지 사건 발생에 대한 집행진의 진솔한 사과가 아니라, 특정 치과계 신문에 보도되어 어쩔 수 없이 이끌려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읽힙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내일 총회가 온라인으로 개최되어 한계가 있습니다만 학회 집행진의 책임을 통감하는 진솔한 사과를 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 핑계로 해당 사건에 대한 학회 집행진의 무책임과 무능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최초의 징계 요청이 작년 11월 6일이고 소위원회의 조사 마무리가 올해 1월 6일이었습니다. 상임이사회, 확대이사회를 거쳐 2월13일에 윤리위원회에서 처리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순연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구 신천지 발 환자 폭증이 2월 18~19일이었고 그 직전인 2월 중순까지는 신규 확진자가 거의 0명에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즉 2월13일 윤리위원회 무산은 코로나19로 인한 것이 아니라 학회 집행진(윤리위원회)의 무책임과 무능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2월 말 이후의 상황에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6월 말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해 차기 집행진으로 과제를 넘긴 것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3월부터 온라인 회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가 운영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내일 총회에서 현 집행진에서 해당 사건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에 대해 코로나19 핑계를 대기보다는 한계를 고백하고 그에 따른 양해를 구하기를 바랍니다.

윤리 규정과 교육 강화를 강조하기 이전에 기존의 학회 문화에 대한 반성부터 필요합니다. 이번 사건을 당사자들 간의 문제로만 돌리고 문제가 발생한 이후의 규정과 교육 강화로는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뒷풀이 술 문화를 빠뜨리고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 학회는 치과계 다른 학회와 달리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폭넓게 함께하는 열린 학회를 지향하며 큰 성장을 이룬 자랑할만한 학회입니다. 하지만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라는 위계적 관계, 더구나 남성 치과의사(교수)와 여성 치과위생사(대학원생) 형태 등 다른 학회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학회이기도 합니다. 책임 있는 집행진이라면 이번 사건을 정리하면서 우리 학회의 관련 문화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확인된 문제가 있으면 솔직한 반성과 개선을 약속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일이면 집행진이 바뀝니다. 그렇지만 임원진의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차기 집행진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회 전반의 성평등 문화를 점검하고 개선하겠다는 약속으로 시작하기를 기대합니다.

당사자에 대해 최소한의 배려조차 보이질 않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미투운동이 본격화된 2018년 이후에 다양한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그중 하나가 신속한 사건 처리로 당사자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정 사업체 또는 기관이라면 1개월 이내 처리를 권고할 정도입니다. 학회라는 조직의 한계라고는 하지만 8개월 동안 받았을 당사자에 대한 위로의 한 마디조차 없다는 사실이 저를 가장 힘들게 합니다. 그동안 평이사이긴 하지만 임원진의 일원으로서 임원회 내부를 통해서 앞서 언급한 주장들을 해왔습니다. 그렇지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당사자에게 그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했음을 반성하게 됩니다. 마음으로나마 당사자를 생각하며 위로의 한마디씩 해주시면 어떨까요.

학회라는 조직이, 공간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모이는 곳이 아닙니다. 학문을 교류하고 궁극적으로 인류와 사회를 위한 봉사적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회는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학회에 함께하는 모든 분의 생각일 거라 믿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