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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구강보건개발
등록일 2020.10.26 작성자 김진범 조회 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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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2월 치과대학 졸업 후에 한 번도 사적인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이 계속 공무로만 40년을 살아왔다. 치과대학에서 졸업도 하기 전인 1월 중순에 군의관후보생으로 입대를 하니, 보건소 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의사’를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었다. 입대한 군의후보생들은 적잖이 당황했었다. 훈련 중에 공중보건의사 또는 현역 군의관의 지원여부를 조사하기는 했지만, 마지막 배치는 지원과 큰 상관없이 배치되었다. 1기 공중보건치과의사들은 대부분 농어촌 군보건소와 섬을 오가는 병원선, 의사들은 읍면단위 보건지소와 병원선에 배치되었다.
필자는 인구가 10만이 넘으면서도 치과의사가 전혀 없는 경남 합천군보건소에 배치되었다. 합천군보건소에는 치과유니트는 있었지만 치과방사선사진 촬영기가 없었다. 하지만 예산사정으로 치과방사선사진 촬영기를 구입하지 못하고 소도구들만 구비하여 치과진료를 시작하였다. 치과진료를 전혀 받지 못한 지역이라서 환자는 엄청나게 폭주하였다. 이듬해 1980년 경남 함양군보건소로 전출하였고, 1981년에는 강원도 춘천시에 소재하는 춘성군보건소로 전출하였다. 지금은 춘천시보건소로 통합되었지만, 춘성군보건소는 당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지역사회보건의료 실습장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농촌지역 의료보험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었다.
1982년 4월말 춘성군보건소에서 의무복무를 완료하였다. 보건소에서는 한 해에 2천명 정도 환자를 진료할 수 있어서 장차 30년 동안 환자진료를 한다면 진료환자 수는 6만명 정도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한 평생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수가 6만명 정도 밖에 안 되는 사실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 공중보건의 근무 중에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국립보건원 훈련부에서 구강보건학담당관으로 근무하던 한경섭선생님께서 국립보건원에서 근무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왔다. 한경섭선생님 지도를 받아 공중보건을 공부할 요량으로 수락하였다. 그러나 의무복무가 완료되기 직전에 한경섭선생님은 사직하였다. 알고 보니 보건복지부 본부와 산하기관 전체에서 치과의사로서 진료를 하지 않는 공직 자리는 국립보건원 구강보건학담당관 뿐이었다. 필자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지만 약속을 어길 수가 없어서 특채요청에 응하여 발령을 받았다. 구강보건학담당관의 주 임무는 보건기관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및 보건분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보건복지부 본부에 치과의사가 아무도 없다보니 본부의 구강보건정책 자문이 공무원 직무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업무이었다.
보건복지부 자문으로 가장 중요했던 것은 1981~1982년 진해시와 청주시에서 시작되었던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사업(수불사업) 관리와 초등학교 불소용액양치사업 개발과 아울러, 초등학교 학교구강보건실 운영 연구이었다. 이러한 사업들은 우리나라에 새로 도입단계이어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자문을 많이 받았다. 당시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의 웡히덩(Wong Hee Deong) 구강보건담당관은 여러 차례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자문을 하였고, 1983년에는 수불사업 자문관을 우리나라에 파견하여 수불사업 정상화에 기여하였다. 필자도 WHO의 지원으로 1985년 5주간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괌 지역으로 수불사업 훈련을 이수하였다. 이 나라들은 수불사업 이외에도 구강보건사업으로 이름 난 나라들이다. 따라서 한 나라에 1주 또는 2주 밖에 체류하지 못하는 기간이었지만, 수불사업만 견학하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학교구강보건, 구강보건교육, 불소용액양치, 치과간호사 또는 치과치료사 양성학교까지 견학을 요청하였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았다. 견학훈련 중에 쓴 일지는 우리나라 구강보건사업 개발에 교재로서 활용되었으며, 국립보건원 사임 이후 대학 강단에서 한평생 강의교재로서 활용되었다.
1989년 국립보건원 구강보건담당관직을 사임하고 성남시 신구대학교 치위생과 교수를 거친 후 1991년 부산대학교 치과대학에 교수로 발령을 받았으며, 2021년 내년 2월 정년을 앞두고 있다. 치대 학생들에 대한 구강보건학 강의와 대학원 과정에서 후진양성에 진력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의 ‘구강보건사업지원단장’ 등을 맡아 구강보건정책에 관한 자문 역할을 수행하였다. 2006년부터 2년간 대한구강보건학회장을 역임할 당시, 정부에서 의뢰한 ‘국민구강건강실태조사’에서 연구책임을 맡아 우리나라에서 치아우식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공식적으로는 처음 보고하였다. 국민구강건강증진은 구강질환이 발생된 연후의 치료만으로써는 절대로 완성될 수 없다. 국민구강건강증진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공중구강보건사업이다. 뜻있는 후진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치학신문 2020.10.14.)